‘하루 일과를 마치고 가장 먼저 손에 쥐는 건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처럼 나도 퇴근 후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뉴스, 유튜브, SNS, 단톡방… 잠들기 직전까지 눈은 스크린에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저녁은 오히려 더 피곤했다. 쉬고 있는 듯하면서도 뇌는 과하게 깨어 있었다.
이상했다. 쉬었는데 피곤하고, 멍하니 있는데 생각은 오히려 복잡했다. 그때 떠오른 키워드가 바로 ‘도파민 디톡스’. 무언가를 끊는 것만으로도 두뇌는 회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그래서 ‘퇴근 후 3시간, 스마트폰 금지’라는 작지만 강력한 실험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첫날부터 스마트폰을 완전히 꺼버리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원칙을 세웠다.
핵심은 ‘무자극 루틴’이었다. 디지털 화면에서 오는 시각·청각 자극 없이 나만의 시간대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뇌가 이 낯선 침묵을 불편해했다.
처음 일주일은 허전함이 컸다. 손이 심심했고, 자꾸 뭔가를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익숙했던 자극이 사라지자 뇌는 공백을 못 견뎠다.
하지만 둘째 주부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 머리가 맑아졌다. 집중력도 달라졌다. 퇴근 후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은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안 났는데, 어느 날은 2시간 넘게 읽고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라 뇌의 작동 방식이 바뀐 듯한 느낌이었다. 도파민 과잉 상태에서 벗어나니, 작은 일에도 만족을 느끼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 모든 변화는 내가 무언가를 더한 것이 아니라, 단지 ‘덜 한 것’에서 시작됐다.
물론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특히 친구의 연락을 바로 확인하지 못하거나, 퇴근 후 무료함을 달랠 유일한 수단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처음엔 무자극 시간이 오히려 초조했다. 뭔가 놓치고 있는 듯한 불안감도 있었고, 스크린을 보는 것 자체가 습관이었기에 무의식적으로 폰을 찾는 일이 많았다.
이 실천은 자제력 싸움이라기보다, 나와 나의 습관 사이의 거리 조절이었다. 알람처럼 울리는 습관들을 조용히 무시하고 지나치는 기술이 필요했다.
디지털 금식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습관’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극에 노출된 뇌를 잠시 쉬게 해주는 시간이다. 잠깐의 불편함을 견디면, 그 이후엔 더 맑은 생각과 여유가 따라온다.
퇴근 후 단 몇 시간의 ‘무자극 시간’은 하루 전체의 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피곤함의 원인이 꼭 일의 양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쉬는 방식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디지털 금식은 어렵지만, 매일의 일상 속에 작게 스며들 수 있는 루틴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보이고 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