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하면, 배달 앱 없이는 하루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퇴근길에 저녁 뭐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앱만 켜면 치킨, 피자, 국밥, 심지어 커피까지 한 번에 해결됐다. 너무 편했고, 익숙해졌다.
문제는 카드 명세서를 보고 나서였다. ‘내가 진짜 이렇게까지 배달에 돈을 썼다고?’ 한 달 합계가 식비라기보다는 거의 월세 수준이었다. 돈도 문제였지만, 점점 게을러지는 내 모습이 더 문제였다. 작은 일도 귀찮아하고, 뭔가를 직접 준비하는 힘이 사라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한 달 동안 배달 음식 끊기 도전!”
첫 주는 솔직히 지옥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앱을 켜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도 뭘 해 먹을지 막막했고, 요리 경험도 많지 않았다. 결국 라면으로 때우는 날이 많았다.
무엇보다 불편했던 건 ‘시간’이었다. 배달은 누르면 오지만, 집에서 해 먹으려면 장도 봐야 하고, 씻고, 손질하고, 치워야 한다. 처음 일주일은 ‘내가 왜 이런 걸 시작했을까’ 후회가 수십 번 들었다.
둘째 주부터 조금 달라졌다. 주말에 미리 장을 보고, 밀프렙(식사 준비)을 해 두니 훨씬 편했다. 퇴근 후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는 국, 간단하게 구워 먹을 수 있는 고기, 채소 몇 가지만 준비해도 배달 생각이 줄었다.
놀라웠던 건 ‘맛’이었다. 집에서 만든 음식이 배달보다 자극적이지 않아 처음엔 심심했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그 담백함이 오히려 좋았다. 배달 음식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했는데, 집밥은 소화가 훨씬 편했다. 작은 성취감도 있었다. “나도 요리할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주에 드디어 돈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배달을 끊으니 한 달 카드 내역이 확 줄었다. 한 끼 배달 최소 1만 5천 원이었는데, 집에서 직접 해 먹으니 5천 원도 안 들 때가 많았다. 주말 장 보기에 5만 원을 써도 일주일은 거뜬했다.
돈보다 더 크게 다가온 건 시간이었다. 배달 기다리는 40분 동안 무의미하게 폰을 보던 시간이 사라졌다. 대신 요리하는 동안 생각도 정리되고, 오히려 퇴근 후 루틴이 생겼다. ‘먹을 게 올 때까지 멍하니 기다리는 사람’에서 ‘스스로 차려 먹는 사람’으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넷째 주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먼저 체중. 억지로 다이어트 한 게 아닌데, 한 달 만에 2kg이 빠졌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덜 먹으니 자연스럽게 줄어든 거였다. 피부도 덜 기름지고, 속도 편해졌다.
마음도 달라졌다. 예전엔 배달음식 도착 알림이 하루의 작은 행복이었다면, 지금은 냄비에서 나는 김이나 구워지는 소리에 더 행복을 느낀다. 작은 행동이지만 “내가 직접 해냈다”는 성취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보상이었다.
배달 음식은 확실히 편하다. 하지만 한 달 동안 끊어보니 편리함 뒤에 잃어버린 게 많았다. 돈, 건강, 시간, 그리고 스스로 해냈다는 뿌듯함까지. 물론 다시는 배달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제는 ‘편리함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누르는 앱’이 아니라, 정말 필요할 때만 선택하게 됐다. 결국 배달 음식 끊기 도전은 돈만 아끼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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