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평소에 인터넷 쇼핑을 자주 한다. 꼭 필요한 게 아니라도 광고 한두 번 보면 어느새 장바구니에 담겨 있다. 문제는 결제가 너무 쉽다는 것.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택배가 집 앞에 와 있다. 그 편리함 덕분에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는 건, 카드 명세서를 열어볼 때마다 실감한다.
그래서 이번엔 좀 색다른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쇼핑몰 장바구니에는 마음껏 담되, 결제는 하지 않는다.” 기간은 일주일. 단순히 돈을 아끼려는 게 아니라, 내가 뭘 사고 싶어 하는지, 그 욕구의 정체를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첫날은 꽤 재밌었다. 사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으면서도 “이건 절대 결제 안 할 거야”라는 안전장치가 있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원하는 걸 담는 것만으로도 일시적인 만족이 있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평소 같으면 이미 결제했을 물건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거 없으면 불편하지 않을까? 나중에 품절되면 어쩌지?” 장바구니 버튼을 누르면서도, 결제 버튼 앞에서 망설이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둘째 날이 되자 유혹이 강해졌다. 쇼핑몰에서 “오늘까지 할인!” 같은 알림이 쏟아졌다. 예전 같으면 바로 결제했을 텐데,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멈췄다. 대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이걸 지금 당장 사야 할 이유가 뭐지?”
생각해 보니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다. 단지 할인이라는 말이 나를 흔든 것뿐이었다. 이때 깨달았다. 내가 사는 이유 중 절반 이상은 ‘진짜 필요’가 아니라 ‘지금 안 사면 손해일까 봐’였다.
셋째 날부터 장바구니가 점점 무거워졌다. 옷, 책, 전자기기, 잡동사니까지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욕구가 줄었다.
넷째 날에 장바구니를 열어보니, 이틀 전만 해도 “꼭 사고 싶다”던 물건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충동은 금방 식는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내가 원한 게 진짜 필요라기보다 순간의 감정이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다섯째 날에는 오히려 장바구니 실험이 재미있어졌다. 물건을 담아두고 며칠 뒤 다시 보면, 욕구의 실체가 보였다. “이건 스트레스 때문에 사고 싶었던 거네.” “이건 무료 배송 맞추려고 억지로 담은 거네.”
소비 욕구는 단순히 필요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심심함, 스트레스, 비교심리… 다양한 감정이 결제 버튼을 누르게 만들고 있었다. 결제를 미루니 그 감정이 눈에 더 잘 보였다.
드디어 일주일이 끝났다. 장바구니에는 여전히 물건이 가득했지만, 결제는 한 건도 하지 않았다.
가장 큰 깨달음은 **‘사고 싶은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거였다. 정말 필요한 건 일주일이 지나도 여전히 사고 싶다. 하지만 순간 충동으로 담은 것들은 대부분 관심이 식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돈을 아꼈고, 더 중요한 건 내 소비 습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장바구니 실험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방법이 아니었다. 내 소비 욕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었다. 일주일 동안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뿐인데, 나는 내 소비 습관을 훨씬 잘 알게 됐다. 충동이 줄고, 진짜 필요한 게 뭔지 구분하는 힘이 생겼다.
편리한 쇼핑 시대에 살고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멈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고 싶은 마음’을 무조건 억누르는 게 아니라,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것. 그 작은 훈련이 돈도, 마음도 지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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